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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 오만석이 또 오만석했다 -대학로 인기 연극 노베첸토 / 연극을 통해 용기를 얻다

by 샤롯떼 2025. 4. 27.

 

 

오늘, 대학로에서 연극 노베첸토를 보고 왔어요.
그리고 아직까지도 마음 한편이 잔잔하게 물결치네요. 피아니스트의 선율이 여전히 가슴을 울리고 있어요.
무대 위 오롯이 홀로 서 있던 오만석 배우는, 단순한 연기를 넘어 너무나도 많은 사람을 연기하지만 또 한사람처럼  생을 살아내고 있어요. 여러분 혹시 오만석 배우님의 <젠틀맨스 가이드>라는 뮤지컬을 본 적이 있나요? 저는 그때의 감동과 놀라움을 오늘 또다시 오마쥬처럼 오만석 배우님에게 감동 받았어요.

'노베첸토'는 바다 위를 떠도는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의 이야기에요.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The Legend of 1900)을 보셨나요? 아름다운 영상미와 웅장한 음악으로 한 편의 서정시처럼 이야기를 펼쳐낸 영화. 저는 극장에서는 못봤지만 우연히 티브이 영화채널에서 방영되는 것을 두 번이나 봤어요. <나인틴 헌드레드> 그 이름이 영화내내 자주 등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더해진 영화는 화려하고도 환상적이었지요. 전 영화로도 이미 너무 감동 받았던터라 이 내용을 어떻게 한사람이 연극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혹시 영화를 안보신 분을 꼭 한번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오만석이 또 무대를 완전히 가득 채우다

 

왜냐하면 오만석 배우니까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를 본 사람이라면 노베첸토는 정말 오만석 배우님을 위해 만든 연극이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영화를 통해 처음 이 이야기를 만났을 때, 저는 스크린을 가득 채운 바다와 피아노 선율, 그리고 노베첸토의 신비로운 삶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오늘 대학로에서 만난 연극 '노베첸토'는 완전히 달랐어요.
화려한 일등석을 표현하는 배도, 오케스트라도 없는 무대 위에서, 오직 오만석 배우 한 사람만이 존재했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그 텅 빈 공간 안에서 저는 더 생생하게 노베첸토의 숨소리와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영화가 감각을 압도하며 스펙터클하게 다가왔다면, 연극은 마치 귓가에 속삭이듯 조심스럽게, 그러나 더욱 깊숙이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어요. 오만석 배우님도 관객들도 조용히 눈물을 흘려요. 작은 무대와 객석이 안타까워요. 그렇지만 감동은 그 안타까움을 이겨내고 있어요. 혼자서 연기하지만 지루함이 없고 다양한 인물을 혼자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능력은 이 연극의 각본을 쓴 사람을 존경하게 만드네요. 오만석 배우님 혼자서 모든 사람들을 재치있고 또 유머러스하게 연기하고 있어요. 난 왜 오늘에서야 이 연극을 봤을까요? 아니 이제서라도 봐서 너무 다행인가요. 또 저는 n차 관람을 하고 싶은 공연이 생겨버렸네요.

이 연극의 또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오만석 배우님과 끊임없이 교감하는 피아니스트 입니다. 대사 한마디 없지만 피아노를 연주하시는 분은 바로 노베첸토이고 노베첸토를 성장하게 하는 또다른 노베첸토 입니다.

 

 

 

좌석 넘버 4번을 예약하세요

 

전 다행이 너무나도 행복한 좌석( F열 4번) 에 앉았습니다. 이 공연장의 최고의 자리는 바로 4번 좌석입니다. 열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4번 좌석(3번도 포함)은 피아니스트의 연주까지 완벽하게 볼 수 있는 좌석이에요. 감동이 배가 되는 좌석. 배우의 숨결과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공연에 더욱 빠져들게 해요. 피아니스트는 노베첸토이고 노베첸토는 피아니스트.

오만석 배우는 고요한 무대 위에 바다를 펼치고, 피아노 선율을 흐르게 하고 다양한 목소리로 관객을 집중하게 만들어요.
처음엔 소년처럼, 그리고 소년과 서로 기대고 힘이 되주는 친구처럼 ,그리고 또 성인이 되어 인생의 단편들을 들려주는 그의 연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계속 무대에 붙잡고 있어요. 

연극 '노베첸토'는 오만석이라는 이름 아래 더 깊어졌습니다.
이 따뜻한 감동을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습니다.

대학로 너무나도 많은 공연이 많지만 그중 조용히 울리고, 오래 남는 무대를 찾고 있다면, 대학로에서 '노베첸토'를 꼭 만나보시길 추천합니다.

 

yes24공연장

50이 넘어서 느낀 용기

"피아노를 봐. 건반은 시작과 끝이 있지. 그건 무섭지가 않아. 무서운 건 세상이야" 주인공은 피아노 안에 갇혀 있었어요. 저는 이 연극을 보면서 피아노 건반이 88개인 것도 처음 알았네요. 근데 저도 지금 50이 넘었는데 이제 막 그 피아노 건반을 깨고 싶어 하거든요. 그 두려움이 뭔지 너무 잘 아는 나이가 되버려서 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어요. 수십년동안 익숙했던 걸 깨고 나가려는 순간 우리에겐 뭐가 필요할까요? 친구? 가족? 간절함? 30년 넘게 배에서 피아노 연주만을 했으니 세상 밖으로 나가는데 얼마나 두려웠겠어요?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제 나이 50넘게 살면서 뭔가 새로운 걸 도전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제가 요즘 많이 느꼈거든요. 저는 마지막에 오만석 배우님이 이 대사를 들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하네요. 난 어쩌면 지금까지 노베첸토처럼 내가 좋아하고 익숙한 피아노 건반 안에만 갇혀 살았던 사람인 것 같아요. 사실 블로그도 이제 막 시작했거든요. 어쩌면 이제 내가 늦은 나이에 블로그를 시작할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글쓰고 있었던 터에 두려움 없이 세상을 극복하고 도전해보자라는 마음이 뿜뿜 생긴 연극이었습니다. 

 

오만석 배우님의 연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있다니요.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입니다. 

대학로 연극 <노베첸토>를 아직 못 보셨다면 꼭 보세요.

참... 재밌고 감동이 있는 연극입니다.